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손가락칼럼] '이재용 봐주기 판결'을 칭찬한 한겨레 사설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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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706회 작성일 21-01-19 17:58본문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징역2년6월의 실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이 형량은 과연 적당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반인도 10억대 이상만 회삿돈 횡령해도 징역3년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은 무려 86억 횡령해 그걸 그대로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갖다바쳤습니다. 같은 뇌물 사건인데 왜 일반인과 재벌 총수 형량이 이렇게 달라야 할까요. 문제점을 분석해보았습니다. 또한 이번 판결을 의미있게 평가한 한겨레 사설을 비판합니다.
<한겨레>가 이재용 판결에 대해 "재벌에 대한 준엄한 판결"이라고 사설을 냈습니다.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허재현 기자가 이번 선고가 명백한 "재벌 봐주기" 판결임을 논리적으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일각에선 정경심 표창장 위조는 4년형인데, 이재용 뇌물은 2년6월형이 말이 되냐고 비판하던데, 둘은 수사 자체부터 완전히 다른 사건이고 비교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저는 그냥 통상적인 뇌물 사건 형량분석만 하겠습니다.
판사가 형량을 계산할 때, 보통 여러가지 범죄 혐의중 법정형이 가장 높은 범죄를 먼저 추산합니다. 이재용은 86억 횡령혐의가 인정됐습니다. 그럼 당연히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50억 이상의 양형 기준이 적용돼야 합니다. 이 경우 '5년 이상 30년 이하'의 범위에서 법정형량이 선고됩니다.
근데 이재용은 회사자금 횡령한 돈을 박근혜 대통령 등에게 뇌물로 갖다바쳤어요. 뇌물죄가 추가됩니다. 경합범 가중 원칙에 따라 기본 범죄인 횡령죄의 상한선에 1.5배 가중치가 이뤄집니다. 그러면 징역 5년~45년이 선고돼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징역5년형이 선고됐었어야 하는 겁니다.
물론, 감경요소라는 게 있습니다. 이건 정말 판사의 재량인 건데요. 보통 징역형의 1/2정도까지 깎아주도록 판사에게 재량권을 주는 편입니다. 심신미약 범죄라든지, 반성의 정도라든지, 범행 가담이 적극적이지 않았다든지 등을 반영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용에게는 형을 감경시켜줄 요인이 존재하질 않았어요. 이재용은 범죄를 반성하지 않았어요. 끝까지 대통령의 압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뇌물로 갖다바친 거라는 식으로 변명했어요. 그리고 판사 스스로 판결문에 썼듯,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결과물들의 실효성이 형편없었어요.
그래서 정상적으로라면 징역 5년형이 선고됐어야 하고, 실제로 1심에서 징역 5년형의 봐주기 선고가 이뤄진 겁니다. 특검은 9년형을 구형한 것이고요. 그런데 판사가 제 멋대로 그냥 2년6개월의 비정상적인 선고를 해준 겁니다. 1심의 봐주기 선고 형량에서 또한번 반토막 낸 겁니다.
지난해 12월 어떤 회사 경리직원이 15억 회삿돈 횡령해서 징역5년형 실형 선고받은 일 있었어요.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2018년 7월 어떤 회사 경리직원이 6억 회삿돈 횡령해서 징역 3년형 실형 선고받기도 했고요. (울산지법 12형사부)
일반인이건 재벌 총수이건 회삿돈 횡령 한거는 똑같은 범죄입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형량이 다르지요? 한겨레가 이걸 비판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저 재벌총수 집행유예 안해준 것에 감동받아야 합니까?
언론사 법조팀에 들어가면 더이상 기자들이 시민단체 취재를 안해요. 그저 만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판사,검사,판검사출신 변호사들 뿐이에요. 물론, 저도 한겨레 법조팀에서 그런 인맥 쌓는 데만 집중했고요. 그러다보니 점점 시각이 법기술자들의 논리에 젖어들어가는 겁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법조대변지가 아니잖아요. 국민대중지란 말입니다. 그런데 왜 국민의 눈높이에서 법조기사를 쓰지 않는 것에 한겨레 내부에서조차 비판의식이 없습니까.
김현대 <한겨레>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삼성과의 관계 회복"을 선언했습니다. 그 결과과 이겁니까. 저는 개인적 실수로 한겨레 독자들에게 큰 죄를 지었지만, 여러분은 집단적 공무를 통해 큰 죄를 짓고 계신 겁니다! 심지어 반성할 기미도 안보입니다. 민주언론의 유산을 이렇게 계속 망가뜨려 갈 것입니까!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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