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팩트체크 '손혜원 저격한 진중권의 글'은 판결문에 기반하지 않은 '어그로성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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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150회 작성일 21-11-26 05:39본문
[사진설명] 진중권 페북을 갈무리 하여 보도한 중앙일보.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재판 1심 선고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난해 8월 제가 분석해드린 적 있습니다.
제가 친여 성향의 기자라서 그런 분석을 했다고 믿고 싶은 분들 계시겠죠. 아닙니다. 그당시 1심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유죄판단의 근거가 너무 시대착오적임을 찾아내어 분석했기 때문입니다.
1심 박성규 판사는 과거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관보에 게재 되기 이전의 정보는 비밀 정보에 해당한다. 즉, 관보에 게재된 뒤 비밀성이 상실된다. 손혜원 의원이 입수한 목포 도심 재생 계획 자료는 관보에 게재 되기 이전이라 비밀 정보라고 볼 수 있다. 이 정보를 입수해 투자한 것이 부패 방지법 위반이다"는 취지로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 판례는 인터넷 속보 같은 게 없거나 공청회 제도가 정착되지 않던 90년대 초의 상황에 기초한 것입니다. 지난 30년간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데 '관보 게재 유무'로 정보의 의미를 판단합니까.
1심 판사가 시대에 맞지 않는 너무 낡은 판례를 가져와 손 의원을 억지로 유죄로 만들었다는 느낌을 저는 강하게 받았습니다. 실제 손 의원이 입수한 자료는 (비록 관보 게재 전이기는 하나) 주민 공청회에서 공개가 된 자료이고, 목포시장도 그래서 법정에 나와 "비밀 정보가 아니다"고 증언했던 것인데 판사는 "관보에 게재된 정보가 아니니 비밀 정보다"는 억지를 부린 셈이지요.
저는 그래서 2심에서 이게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해드렸고 실제로 뒤집혔습니다. ( (물론 2심 판사도 손 의원 입수 자료가 '기밀자료에 해당한다'고 보긴 했지만, 손 의원이 '이 자료를 이용해 토지를 매수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청회에서 이미 공개되어서 비밀성의 가치도 작아졌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오늘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냐면, "제가 2심 선고 결과를 맞췄다" 이런 말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당시 진중권이 이 사건을 어떻게 논평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역시 이자는 손혜원 1심 판결문을 분석도 안해보고 지난해 당시 그냥 뇌피셜에만 의존해 이런저런 조롱이나 하고 있었습니다.
진중권씨는 손혜원 의원 1년6월 실형 선고 직후 SNS에 "사법적폐가 심각하다. 추미애 장관이 할 일이 많다. 이제 사법부에 '민주적 통제'를 가하셔야지. 손혜원 전 의원, 영부인 라인으로 알고 있는데, 큰일이다. 뭐, 전형적인 부동산투기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해충돌의 문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다. 법원에서 방어권을 보장해 준 것은 그 때문일 것. 주관적으로는 공익사업, 객관적으로는 사적 투기. 그런 상황 아닐까" 라고 썼습니다.
만약 1심 판결문을 진씨가 입수해 살펴봤다면 이런 조롱글을 학자적 양심으로 차마 못썼을 것입니다. 아무런 팩트 체크 노력도 안하고(판결문 어떻게 구해서 읽는지 방법도 모를 겁니다) 그냥 마구 떠드는 이런 진씨의 SNS 글은 언론이 오늘도 대중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진씨가 손혜원 의원 2심 선고 내용에 대해 뭐라고 떠들었는지 그의 SNS를 살펴보는데 그냥 침묵하더군요. 아마 멘붕일 겁니다. "2심 판사가 제발 민주당 진영주의자"이기만을 바라고 있을까요.
바로 이런 진중권 같은 사람들이 퍼뜨리는 아마추어적 비평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대중이 극단적으로 진영을 나누어 논리보다는 상대를 조롱하기 바쁘고, 판사 성향조사나 해서 결과를 예측하는 따위의 일만 반복하는 겁니다. 아마 또 야권 성향의 누리꾼들은 손혜원 2심 판사가 친여 성향은 아닌지 어쩐지 그런 거나 뜯어보고 있겠지요.
저는 진중권이 보수로 넘어갔는지 어쨌는지 제 알 바도 아니고 관심도 없습니다. 이자는 온갖 사회 문제에 전문가 행세를 하는 그냥 '어그로 누리꾼'에 불과해서 제가 문제를 삼는 겁니다. 제발 언론은 진중권의 글좀 대중에게 전달하지 맙시다. 사회적 해악이 너무 큽니다. 미국 사회 민주적 공론의 장이 이런 어그로꾼들 때문에 다 망가졌습니다.
*진중권씨가 각종 언론에서 행한 주장들 중 팩트가 틀렸거나 왜곡이 심한 것들에 대한 제보를 바랍니다. repoact@hanmail.net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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