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윤석열을 가르치겠다"는 이수정 교수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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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180회 작성일 21-12-0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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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현의 시사바리스타>


지난달 30일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캠프에 합류하며 가진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 때 '피해호소인' 용어를 사용한 민주당 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고 용납이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잘 모르는 건 가르치며 나아가면 되지만, 잘 알면서 왜곡하는 건 못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허재현 기자는 이수정 교수가 모르는 게 있다고 판단합니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는 민주당 의원들이 박 시장을 옹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단어가 아니라, 권위 있는 해외 언론들이 미투 사건과 관련한 보도에서 오래 전부터 '거리두기의 용어'로써 사용해온 단어입니다.


먼저 2020년 박원순 서울시장이 타계했을 때 해외언론들이 어떻게 이 사건을 보도했는지 봅시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2020년 7월13일 박원순 시장의 성추문 의혹을 이렇게 전했습니다. <BBC>는 'Seoul Mayor Park Won-soon accused of four years of sexual'(4년간의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서울시장)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피해 호소인'(alleged victim)이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이날 <BBC> 보도의 중간제목은 'What did the alleged victim say?'(피해 호소인은 뭐라 말했나?)였습니다. 'victim'(피해자) 앞에 'alleged'(의혹을 제기한) 수식어를 넣음으로써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alleged'는 주로 확정적이지 않은 혐의 등을 설명하는 법조보도에서 해외언론에 등장하는 표현입니다. 


미국의 보수지 <워싱턴포스트> 는 같은 날 'Seoul mayor who killed himself accused of sexual harassment by former secretary'(서울시장이 비서 성추문 사건으로 고소되자 자살하다)란 제목의 보도에서 'alleged sexual harassment'(제기된 성추문 의혹) 라고 신중하게 표현했습니다. 의혹 제기자에 대해서는 기자가 직접 victim 이라고 언급하지 않고, accuser(고소인) 또는 secretary(비서)라고 적었습니다.  미국의 ABC 방송도 같은 날 'alleged victim'이란 단어로써 보도를 했습니다. 


자국에서 벌어진 미투 사건에 대한 보도에서도 마찬가지의 태도를 보입니다. 2017년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자 와인스타인을 상대로한 여배우들의 미투 선언이 이어졌습니다. 


2017년 10월10일 <뉴요커>지는 와인스타인으로부터 성추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배우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이 보도(From Aggressive Overtures to Sexual Assault: Harvey Weinstein’s Accusers Tell Their Stories-와인스타인을 고소한 사람이 자세한 성폭력 내용을 털어놓다)에서도 기본적으로 고소인(accuser)또는 그녀(she)라는 단어가 사용되었을 뿐 피해자(victim) 이란 단어는 기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미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언론들은 왜 '피해자'라는 용어대신 '피해호소인'이란 단어를 쓰거나 '고소인'이란 단어를 먼저 사용하는 것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피해호소인의 의견을 귀기울여 경청하되, 제3자로서 거리두기 하며 대중에게 사건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원칙이라고 그들은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2018년 <워싱턴포스트>의 여기자 스테파니 맥크루먼, 베스 레인하드, 앨리스 크라이티스는 공화당 정치인을 상대로한 '가짜 미투' 시건을 밝혀내어 퓰리처상을 받았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젠더 에디터 제시카 베넷은 '미투 저널리즘'의 원칙을 설명하며 "저널리즘적으로 당신의 강간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이라고 까지 밝힌 바 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를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처음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 단어가 박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단어처럼 오해한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해외 언론들이 미투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는지 연구한 학자들이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무지와 한국 언론의 게으름이 지금까지 벌어진 이 난장판 같은 미투 논쟁의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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