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유동규가 셀프기소했으니 이재명이 유죄?

유동규가 "이재명에게 돈 줬다고 자백하니 선처해달라"고 말하자 언론들이 대서특필 하고 있다. '그 스스로 셀프 기소했으니 신빙성이 있지 않겠냐. 설마 스스로 처벌받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있겠냐.' 이런 분석일테다. 진실은 더 두고봐야겠다.

 

하지만 명확한 건 판례이다. 성완종-홍준표 뇌물 사건 때도 셀프기소 한 이가 있었다.

 

바로 윤승모 경남기업 부회장. 그는 스스로 "비타500 박스에 1억을 담아 홍준표에게 갖다줬다"고 주장했다. 법정에 나와 돈을 갖다준 날짜와 홍준표 의원실을 찾아간 과정까지 자세하게 진술했다. 물론, 성완종이 자필로 적은 '홍준표 1억' 성완종 리스트 메모 쪽지까지 법정에 제출됐다.

 

윤승모씨는 한나라당에서 정치적 도모를 하고 있었던 사람이기에 친민주당 성향도 아니다. 성완종은 이미 죽고 없기에, 성완종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할 일은 더더욱 없다. 더구나 윤승모씨는 자신이 뇌물 돈심부름을 했다고 자백했기 때문에 기소되기까지 했다. 윤승모씨는 언론인 출신이기에 증언신빙성도 높았다. 그러나 돈을 전달했을 때의 목격자가 없다. 사진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성완종씨는 죽고 없다.

 

결과는 익히 우리가 아는 대로다. '윤승모의 진술은 매우 구체적이지만, 검찰의 수사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홍준표는 무죄선고를 받았다.

재판이란 이런 거다. 주장만으로는 절대 유죄 선고 안된다. 입증이 중요하다. 유동규 본인이 윤승모처럼 셀프기소 하면서 나서고 있지만, 입증될 수 없는 주장은 법정에서 힘이 없다. (*지금 "이재명 유죄"라고 떠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홍준표도 유죄"라고 떠드는 격이다.)

 

2)김용 재판 첫날부터 검찰 혐의 입증 실패

 

오늘 김용씨 재판에서 검찰이 '유동규가 돈 갖다준 증거'라면서 잔뜩 내어놓았는데, 정말 죽도 끓여먹기 어려울 정도로 잡초 풀떼기같은 것들만 잔뜩 내어놓은 모양이다.

 

그나마 눈에 띄는 게 유동규가 쓴 메모이다. 여기에는 "lee list(Golf) 4/25 1, 5/31 5" 라고 적혀있었고, 이걸 검찰은 1억과 5억이라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이정도로는 법죄 입증의 문턱에도 못간다. 오늘 재판 보면서 법조 전문가들이라면 대충 눈치 다 깠을 거다. '김용은 무죄가 나오겠구나. 김용 재판부터 이러면 이재명으로는 연결도 못짓겠네.'

이러니까 검찰 공소장만 갖고 보도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 별별 뻥튀기해서 온갖 주장을 다 갖다 넣는다. 언론은 무차별 중계하고 이미 국민 인식에는 유죄 선고가 확정돼 있다. 이래도 되는 걸까. 특히 민주당 정치인이 입건되면 이런 일이 반복된다.

 

검찰의 간악한 의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도 성완종 사건 판례를 모를리 없다. 돈을 갖다줬다는 본인이 나서서 셀프기소를 해도, 돈준 사람의 자필 메모가 나와도, 범죄 입증이 됐다고 선고 되기 어려운 게 뇌물 사건이다. 하물며 제3자 뇌물죄는 어쩌랴.

 

검찰은 이재명과 김용 등이 무죄가 나올 걸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검찰의 의도는 무엇일까. 그들은 어떻게든 총선 시즌에 이재명이 판사 앞에 서게 하고, 그 전에 무죄 선고가 절대 나오지 않도록 질질 재판을 끌려는 전략 아닐까. 검찰은 이미 총선을 뛰고 있다고 의심해야 한다. 엄희준이 10년전 딱 그렇게 해서 한명숙 총리를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고, 지방선거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허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