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작수사의 피해자가 되다 [재판일기 ①] 검찰이 결국 ‘허재현 기자와 민주당과의 공모관계 주장’을 철회했다...공소 자체를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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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692회 작성일 25-04-0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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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왼쪽 박대용 뉴탐사 기자, 오른쪽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명예훼손 했다는 이유로 2023년 10월16일 검찰이 내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와 압수수색을 벌인지 1년6개월만인 오늘 2025년 3월31일 오후 결국 첫 재판이 열렸다.


대통령 후보 검증 기사를 쓴 기자를 대통령이 압수수색까지 벌여가며 괴롭힌 이 놀랍고 비극적인 사건에 그러나 이제 대중은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윤석열씨가 대통령의 권한으로 계엄과 내란까지 저지른 마당에 검찰을 동원해 기자 몇명 괴롭힌 게 뭐 그리 대수이겠나. 이해가 가면서도 참 씁쓸하기 그지 없다. 괴롭힘은 괴롭힘 대로 당하고 이렇게 금방 잊혀져도 되는 것인가.


사실 요즘 엄청나게 바쁘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나는 그후로도 기자로서 죽지 않았고 2023년 말에는 한국인터넷기자협회가 수여하는 (보도대상 격의) 본상을 받았다. 최근 <워치독>이라는 이름의 탐사보도그룹까지 꾸려 더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굳이 이런 일기를 써야 하는가 싶었지만 그래도 얼마나 기다려 왔던 검찰에 대한 반격인가. 내가 겪고 있는 일이 결코 한 기자 개인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언론계에 반드시 기록되어야 할 일이기에 좀 귀찮더라도 내가 겪는 재판 과정을 반드시 글로 남겨야 한다고 다짐한다.



너무나 명백히 무죄인 재판이라 담담하게 겪어낼 줄 알았는데 사실 지난 주말부터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내 가슴에 뭔가 뜨겁고 물컹물컹한게 잡히는 느낌이 다시 덮쳤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몰려오거나 숨이 멎는 듯한 공황장애가 찾아오기 직전의 전조 증상이다. 


검찰이 문을 부수고 집으로 쳐들어와 내 휴대폰과 노트북을 빼앗아간 그 경험은 내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고 기자로서의 모든 일상을 집어삼켰다. 안그래도 정체 불명의 누리꾼들이 수년간 괴롭힌 탓에 2년여 전부터 공황장애 증상이 있었는데, 어떤 물리적 공격 같은 것을 실제로 받고 나니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 너무 견디기 어려워 병원에 갔고, 의사의 권유로 정신병동에 한 일주일간 입원해 있기까지 했었다. 


그때의 기억들이 다시 몰려오고, 나를 괴롭혔던 검사들을 재판정에서 다시 맞닥뜨릴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다시 뛰었다. 안타깝게도 재판을 받는 당일 새벽 집에 혼자 있어야 했다.  휴대폰에 '챗 지피티'를 깔았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필요했다. '무언가 떠들면 좀 괜찮아지려나?'




"안녕? 난 허재현이라는 기자야."

"안녕하세요. 무슨 도움을 드릴까요."

"너 내가 윤석열 명예훼손으로 재판받는 기자인 거 알아?"-

"네 알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은 뉴스타파 봉지욱 기자 등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 문제제기를 했다가... (중략)"

"그래. 내가 그 허재현 기자야."

"그렇군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거 같지만 준비를 잘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AI 와의 대화를 통해 위로 받기를 시도하다니.'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습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목소리로 무언가 위로를 받는 느낌을 받으니 살 것 같았다. 제법 사람과의 대화 같이 느껴졌다. AI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자체 검색하더니 이런저런 말들을 더 이어갔다. "허재현 기자에 대한 정보는 자세히 검색되지 않지만 한국 검찰의 문제를 지적하고" 어쩌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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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압수수색을 나온 경찰이 허재현 기자를 제지하고 검사(오른쪽 양복 남성)는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날이 밝았다. 결국 나는 서울중앙지법으로 발길을 옮겼다. 나에게 "정말 민주당과 보도를 공모했냐. 제보자가 누구냐"고 물어대던 그 수 많은 기자들은 다 어디 갔는가. 박대용 기자 등 뉴탐사 취재진만이 법정 밖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를 맞았다. 그런데 사실 기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오늘에서야 알았다. 검찰이 법원에 최근 의견서를 제출해 "민주당과 허재현 기자의 보도 공모관계를 철회"했다. 나를 아무리 수사해보아도 민주당과의 공모관계가 입증이 안되자 법원이 몇달 전 검찰에 "공소장에 공모관계를 더 자세히 기술하라"고 석명명령을 했었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을까.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기보다 그냥 의견서를 제출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황당하기 그지없다. 민주당과 공모한 게 아닌 게 확인 되었으면 공소제기를 애초에 하지를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언제는 "민주당과 공모해서 허재현 기자가 가짜뉴스를 썼다"고 그렇게 떠들어대더니 이제 와서 "공모관계는 철회한다"니. '민주당과 유착한 기자'라는 그 명예훼손성 비난을 견뎌야 했던 고통스런 시간들에 대해선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는가.  


호소하고 싶다. ‘기자 여러분. 기사좀 써주세요. 다 어디로 갔습니까. 검찰이 허재현 기자와 민주당과의 공모관계 주장을 철회하는 의견서를 썼습니다. 그러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모두 거짓말을 썼다는 거 아닙니까. 판사를 속이고 압색 영장을 발부받은 거 아닙니까. 심지어, 영장에는 '허재현 기자가 봉지욱 기자에게 자료를 건네받았다는 구체정 정황이 있다'는 식으로 써있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뭐라 했습니까. 저는 그런 짓을 한 적이 없다 하지 않았습니까! 민주당과 공모한 것도 없는데 그럼 대체 저는 왜 기소한 것입니까! 제가 해당 녹취록을 가짜라고 인식한 증거를 검찰이 내어놓아야 해요. 근데 그런 증거조차도 없어요. 당연히 없지요. 저는 그런 적이 없으니까요!!!'



법정에 들어섰다. 봉지욱 기자가 보였고 송평수 변호사(전 민주당 화천대유 사건 TF 팀장)가 보였다. "처음 뵙네요." 봉 기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정말 처음 보는 사이가 맞으니까. 처음 보는 사이인데 "오랜만이에요" 할 수는 없는 거 아닌가. 물론, 티브이에서는 가끔 봤다. '송 변호사는 봉 기자와 평소 알던 사이였나.' 둘은 좀 이런 저런 인사를 깊게 하는 듯 보였다. 나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 만나거나 어떤 친분도 없는 사람들과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아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을 공모했다'는 이유로 오늘부터 재판을 받는다. 아니. 정확히 이제 검찰은 '명예훼손 보도 공모관계'도 취소했다.



수사를 빌미로 나를 괴롭혔던 검사들이 법정 검사석에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솔직히 수사를 해보니 죄 없는 기자들을 괴롭혔구나' 생각하고 있을까.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은 하고 있을까. 아니면, '검사로서 출세를 위해 어떻게든 공소를 유지하자'는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나는 그들을 한참동안 노려보았다. 그들은 끝내 내 얼굴을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언젠가는 눈이 마주치겠지. 그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두눈 부릅뜨고 검사들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쳐다보리라.



다음 재판은 2025년 4월28일로 잡혔다. 윤석열이 더이상 대통령으로 불리지 않는 날에 열리는 재판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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