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죽이기 [현장에서] 국토부 외압성 공문, 이재명 쪽 증인, 국감장 발언 모두 왜곡하거나 무시해 버린 ‘정치 판결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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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275회 작성일 24-11-18 10:10본문
[사진설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이 논란이다. 이 대표가 특정 사건을 두고 언론과 국정감사장에서 한 해명을 두고 한성진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는 “허위의 내용이 담겼다”고 판단해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해 버렸다. 후보자 자질과 능력의 검증을 위해 마련된 공직선거법이 각종 정치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후보자의 방어권을 처벌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벌어진 '국토부 외압 의혹' 사건의 경우 국토부 외압의 정황이 뚜렷하게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성남시 자체 결정이었다"고 단정해버린 한성진 판사의 판결문 내용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민주당은 17일 보도자료를 내어 당시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재명 죽이기 정치판결이 이뤄졌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어느 쪽 말이 맞을까.
■ “국토부, 성남시에 용도변경 요청 공문 세차례”는 사실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2015년 9월 성남시 백현동 식품연구원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결정했다. 원래 성남시는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업무용지로 개발하려 했는데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정책으로 부지를 빨리 매각하고 떠나야 하는 식품연구원이 성남시에 주거지역으로의 용도변경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기업 유치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아파트 건설은 지역의 건설업자들이 금방 뛰어들 수 있다. 다만, 성남시는 지역발전을 함께 고려해야 해 식품연구원의 입장과 달랐고 결국 업무용지와 주거지역으로의 변경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 해당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에 제출된 증거들로 모두 입증이 되는 사실들이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2014년 11월17일 성남시가 국토부에 보낸 공문을 보면, “백현동 부지는 판교테크노밸리와 연계해 개발할 예정인데 한국식품연구원이 '주거지역 용도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시의 계획과 상충됨. 성남도시기본계획에 저촉됨에도 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 가능한지 질의합니다”라고 써 있다. 그에 앞서 국토부는 2014년 5월21일과 10월1일 두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용도변경 민간매각 협조"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2015년 1월26일 국토부는 한번 더 같은 공문을 보내는데, 결국 국토부는 세차례나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요청을 한 것이다. 성남시로서는 국토부의 단순 요청이 아니라 외압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정황이다.
■ 외압성 문구 없다고 외압 공문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한성진 판사는 외압이 아니라 '성남시 자체 결정이었다'고 결론낸 것일까. 판결문을 분석해보니, “△국토부가 2014년 12월9일 공문에서 이전 협조요청이 이 사건 의무조항에 따른 것이 아님을 명백히 했고, △구체적인 용도지역(변경수위)을 특정하지 않은 채 용도지역 변경이 가능하다고만 회신하였다 (중략) 식품연구원 부지에 대한 준주거지역으로의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할 것이고, 이는 성남시장인 피고인이 스스로 검토하여 변경한 것”이라고 쓴 문구가 눈에 띈다. 즉, '국토부가 외압으로 비칠만한 문구를 담은 공문을 보낸 적 없고 콕 집어서 성남시에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하라 한 적 없기 때문에 성남시 자체 결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앙정부나 국토부, 지방자치단체의 절대적 갑을 관계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내린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가 겉으로는 공문에서 '성남시에서 적의 판단하라(알아서 결정하라)'고 적기는 했지만, 다른 세차례의 공문에서 "용도 변경 민간 매각 협조"를 계속 촉구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전특별법 43조6항은 "국토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에 (중략) 요구할 수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중략) 도시·군 관리계획에 반영하여야 한다”고 사실상 반 의무조항을 두어 지자체가 국토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성남시가 공공기관 지역 이전을 위한 부지매각에 협조해야 했던 곳은 국토연구원,에너지관리공단,한국교육개발원,교육과정평가원,한국식품연구원 등 총 다섯 곳인데 국토부가 유독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에 집착한 흔적 또한 있다. 국토부가 2014년 5월23일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보면, “용도변경 필요기관(한국식품연구원)은 국토부,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종전 부동산에 대한 용도를 변경하여 민간매각 추진 (중략) 부동산 매각이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략)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성남시는 국토부가 굳이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대해서만 따로 매각협조 공문을 보내는 이유를 분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진설명] 국토부가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을 강조하며 성남시에 보낸 공문 (왼쪽), 한국식품연구원이 주거지역 용도변경을 성남시에 요청하고 성남시가 곤란해 한 정황이 담긴 공문 (오른쪽)
[사진설명] 국토부가 2014년 12월9일 "성남시가 적의 판단하라"고 공문(왼쪽)을 보낸 뒤 2015년 1월26일 다시 “용도변경 민간매각 협조요청" 공문(오른쪽)을 다시 보냈다.
■검찰 쪽 증인과 증언만 취사 선택한 판결문의 흔적
재판부가 판단 과정에서 한쪽의 증언만 지나치게 취사선택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한성진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한 성남시 담당 공무원들은 모두 국토부가 이 사건 의무조항에 근거하여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삼겠다고 압박 내지 협박한 사실이 없다거나 그런 말을 못들었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고 적었다. (판결문 97페이지) 또 판사는 “성남시장이던 피고인의 취재요청에도 불구하고 관련 언론보도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국토부 외압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적었다. (판결문 98페이지)
"국토부로부터 용도변경 압박을 느끼지 않았다"고 증언한 성남시 공무원들도 있었지만 권석필 전 성남시 교육문화환경국장의 경우 법정에 출석해 "당시 일선 공무원들로부터 용도변경 문제로 중앙에서 성남시 공무원 직무유기로 문제삼을 수 있단 소문을 들었다"면서 "듣기도 하고, 간부회의 같은 것도 하고 모임할 때도 대화하기도 하고 결재 과정에서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바 있다. 용도변경 담당 성남시 주무과장 ㄱ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모호하게 법정 증언한 점도 석연치 않다. ㄱ씨는 불법 용도변경으로 입건돼 검찰로부터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제기 된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민간건설업자 정바울씨의 “국토부 외압 없었다”고 한 법정 증언 역시 검찰의 압박으로 오염가능성이 있는데 한성진 판사는 이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용도변경 문제 관련해 성남시 내부 속사정을 전달한 언론보도도 있었다. <SBS>는 2013년 3월22일 <성남시 "공기업 부지 활용해 기업 유치 계획"> 이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성남시는 공기업이 이전하는 자리에 대기업 본사나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성남시의 이런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라며 "개발이익에 눈 먼 업자들이 개입할 경우 공기업 부지가 엉뚱한 방향으로 개발되면서 지역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성남시는 대기업 본사나 연구개발 센터가 들어와주는 걸 가장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토부 외압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부지 민간매각 과정에서 성남시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내부 속사정을 언급한 보도로 볼 수 있다.
[사진설명] 공공기관 이전과 부지매각 과정을 놓고 국토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성남시의 입장을 전한 2013년 언론보도
■이재명 국감장 발언 왜곡해서 담은 판결문 논란
판결문에 “이재명 대표가 (공공기관이전특별법의) 의무조항에 근거해 (중략) 용도지역 변경을 해주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는 협박까지 받은 것처럼 거짓말을 했다”고 적시한 것도 이 대표가 실제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을 왜곡해서 담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보도자료를 내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 해줬다'고 말하지 않았다. 의무조항을 근거로 용도변경 하라는 협박이 있었지만 몇년간 안해줬다. 그런데 나중에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만 따로 용도변경 요구 공문이 왔는데 그것이 법률에 의한 요구라서 용도변경 해줬다고 말했을 뿐이다”고 주장했다. 2021년 10월20일 국정감사 속기록을 보면, 이는 민주당의 주장이 맞다.
법상의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을 해준 것인지 국토부의 계속된 공문 때문에 용도변경을 해준 것인지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자의 경우라면 성남시가 국토부 요구를 당연히 따라야 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압력으로 느낄만한 사건도 아니게 되고 굳이 이재명 대표가 국토부 압박 등을 국정감사장에서 거론할 이유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 대표는 '국토부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수차례에 걸친 국토부 공문 등을 거론한 것이다. 국토부는 '성남시가 자체 판단하라'고 해놓고는 따로 세차례나 공문을 보내 '용도변경 협조하라'고 했기 때문에 성남시로서는 압력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또 국토부 공문은 실제로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협박'인지 아닌지 사실관계가 명백히 검증되진 않더라도 이 대표가 국정감사장에서 거짓을 공표한 것은 아니라는 게 민주당과 이 대표 쪽 입장이다.
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것은 대체로 맞다. 그러나 판사도 오판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비판 역시 존재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엄연히 3심제를 택하고 있는 이유이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유독 민주당과 그 정치인들의 재판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민주당 정치인이 의심스러울 때는 공소장에 적힌 대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는 비판 역시 귀기울여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무조건 무죄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법체계가 과연 만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하게 작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인 탓이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