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손가락칼럼] 국회의 공소장 공개 막는게 비정상의 정상화...다만 첫 사례가 부적절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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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03회 작성일 20-02-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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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추미애 법무 장관



정치인 공소장 공개는 재판정에서 하는게 옳다

법무부가 국회에 '울산 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관련 기소자들에 대한 공소장 원문 제출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논란입니다. 허재현 기자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이번 논란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공소장 공개는 누가 됐건, 재판정에서 이뤄지는 게 '인권 국가'로서 올바른 관례라고 봐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공소장 공개를 재판정에서 하도록 법무부가 방침을 정한 건,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다만, 최초 사례를 문재인 정부 관련자들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으로 택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논란을 정부가 스스로 유발한 측면이 있어, 유감이라면 유감일 수 있습니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가 국회의 증언등에관한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이 법률 4조(공무상 비밀에 관한 증언·서류등의 제출) 1항은 물론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에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등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


이것만 보면, 마치 이번에 법무부가 국회를 기만한 것 같지요? 그러나 실제로 국회에 상당히 많은 행정부 자료들이 제출 거부되고 있습니다. 이게 다 법률 위반이라고 우리가 비판해왔습니까? 엄연히 이 법은 "군사·외교·대북 관계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발표로 말미암아 국가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비공개를 용인하고 있고,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발표해, 형사재판 관련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다만, 이런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정치인과 공인 등에 대해서는 국회를 통해 범죄 피의 내용이 밝혀지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는 이 역시 국회를 통해서가 아니라, 재판정에서 공개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국회가 됐든 검찰이 됐든, 공정하고 중립적인 기관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재판정에서 피고인이 온전히 자신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가능한 곳에서 검찰의 공소내용이 공개되는 게 원칙적으로 맞습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국민의 알권리라는 핑계로 사실 '인권 대원칙'을 위반해 온 것입니다.


우리 솔직해집시다. 국회가 검찰 공소장을 사전 입수해 공개하는게 '국민의 알권리'입니까. 아니면 그저 국민의 '좀더 빨리 알권리'입니까. 아니면 '정치적으로 선택된 피의정보 흘릴 권리'입니까. 어차피 재판정에서 공소내용은 다 공개될 것인데, 검찰의 편향적인 주장들로 점철된 공소내용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적으로 정보를 흘리는 국회의원에 의해 공개 되는게 그게 바람직합니까. 또 이번에 법무부는 울산선거개입 의혹 사건 연루자들의 기소 내용에 대해 전면 국회에 제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기소 내용을 요약해 제출했습니다.



저더러, 문재인 정부를 옹호하려는 진영주의자냐고 공격할 분들 반드시 계실 것 같아 첨언합니다. 저는 과거 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문 원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에 반대한 바 있습니다. 엄연히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과정이 다 공개되었고 국민들은 피의 내용을 알만큼 알고 있습니다. 이재용은 엄연히 공무원이 아닌 유명 기업인일 뿐이기에 인권 보호 원칙상 판결문 원문은 공개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언론이 판결문 내용을 요약해 보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국민의 알권리는 충족된다는 게 저의 주장이었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저는 피의 사실이나 재판 내용 공개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받아야 할지 그 원칙에 대해서는 한결같습니다.




진중권 교수가 조선일보에 낚여서 오류를 범한 듯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팩트가 틀린 얘기를 하고 있는게 있어 첨언해드립니다. 추미애 장관이 참여정부 때의 '공소장 공개' 관행을 확립한 원칙을 훼손했다는 식으로 진 교수는 설명하지만, 아마도 <조선일보>의 보도만 보고 낚이신 게 아닌가 합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6일자로 이렇게 보도한 바 있습니다.

"검찰이 법무부에 주요 사건 공소장을 제출하고 법무부가 이를 국회에 전달해 공개하는 제도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사법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확립됐다. 정보공개법 제9조에 따라 진행 중인 재판 관련 정보에 대해 수사·공소의 제기 및 유지,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사유가 있지 않으면 비공개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어 진 전 교수는 "국회의 요청에 따라 중요한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한 '국회증언감정법'의 규정. 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에 도입되어, 참여정부 사법개혁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혀왔던 조항입니다. 그런데 이 역시 추미애 장관이 독단적으로 무시해 버렸습니다. 참모들이 반대하는데도 '내가 책임을 지겠다'며 비공개 방침을 밀어부쳤다고 합니다" 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2005년 개정된 법은 조선일보가 교묘하게 물타기 하며 밝히고 있듯 '국회의 증언등에관한법률' 이 아닙니다. 정보공개법이 2004년 전면 개정되는데(※조선일보가 2005년이라고 착각한 듯) 이때 생긴 조항이 9조4항입니다. 여기서 '진행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진행 중인 재판에 관련된 정보와 범죄의 예방,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 교정, 보안처분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는 세부조항이 생깁니다.  근데 이게 왜 참여정부의 '정보공개 진전 업적'으로 평가돠냐면, 그전에는 아예 이런 조항조차도 없어서 정부기관이 모든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비공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원칙적으로는 정보를 모두 공개하되, 재판중인 정보 등은 제한할 수 있다는 세부조항을 만든 겁니다. 정리하면, 노무현 정부 때도 '재판과 관련한 범죄 정보' 등은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고, 공소장 국회 공개는 사실상 좀 위법도 합법도 아닌 이상한 관례처럼 유지되어 왔을 뿐, 노무현 정부 때의 작품처럼 설명해서는 곤란합니다. <조선일보>가 노무현 정부를 칭찬할 리가 없지요. 저들은 그냥 입맛 대로 저 조항을 해석해서 국민에게 지금 왜곡해 전달하고 있을 뿐이고, 진중권 교수가 활용하는 듯 합니다.


다만, 우리 헌법 21조는 국민의 알권리, 헌법 27조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동시에 두고 있어 이 두 가치가 '정치인 공소장 공개'와 관련해서는 충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국회에서 정보공개법 등의 세부 조항을 마련해 좀 다듬어서 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미애 장관이 일방적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할 게 아니라, 국민과 국회에 공을 넘기고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스스로 풀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정치적 목적의 선택적 피의사실 유포를 막는다는 점에서 추미애 장관의 이번 선택은 꼭 '제식구 감싸기'라든지 그렇게만 평가할 게 아닙니다. 참여연대도 이번에 너무 안일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인권의 대원칙상에서 우리가 정치인 공소사실을 어떻게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는게 바람직하지, 문재인 정부를 무조건 몰아부칠 사안이 아니란 겁니다. 이번 사안을 정치쟁점화 하는 자유한국당의 속내를 날카롭게 짚어야 합니다. 저는 묻고싶습니다 '4월 총선'을 의식하는 게 과연 추미애 장관입니까, 아니면 검찰입니까.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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