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사법 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팩트 끝장 분석] 김웅 검사와 직접 토론을 해봤다...그의 글은 과장·왜곡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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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14,039회 작성일 20-01-1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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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웅 검사의 ‘사직의 변’을 담은 글이 화제입니다. 요약하자면,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고, 경찰개혁 없이 수사권 조정을 해 검찰의 권한만 경찰에 옮겨갔고 중국 공안이 통치하는 것같은 '경찰 공화국'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이 글이 나온 직후, 수많은 검사들이 동조하는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평소 문재인 정부의 검경개혁을 비판해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도 이에 호응해 연일 비판글을 씁니다. 진 교수는 "군사정권 시절 우리같은 개털들을 괴롭힌 건 검찰이 아니라 경찰 아니냐"고 주장합니다.

 

김웅 검사의 글은 과연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그의 의견을 토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이렇게 비판해도 될까요. 허재현 기자는 2017년~2018년 한겨레신문 사회부 소속 경찰청 출입기자로서 지금의 경찰개혁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논란을 가장 내밀하게 지켜본 기자중 한명입니다. 사안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팩트를 검증하되, 끝장 보듯 낱낱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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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김웅 검사. 지난해 7월9일 오후 당시 김웅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이 서울 강남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검경수사권 조정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김웅 검사의 '문재인 정부 경찰 개혁 사라졌다' 주장에 대해

김웅 검사의 글은 경청할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 내용이 생략돼 있거나 과장돼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토대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을 비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저는 당연히 경찰을 편들어줄 생각은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글을 쓰기 전 김웅 검사와 30여분간 통화하고 논쟁하였음을 밝힙니다. 시간상의 제약으로 김 검사에게 제가 못다한 설명을 이곳에 옮깁니다. 또한 김 검사와의 논쟁 요약문은 제 글 아래에 첨부해두겠습니다.

 

김 검사가 쓴 “우리는 이름으로 남습니다”(2020.1.16.) 제목의 글과 경향신문 칼럼 “'수사권 조정'의 약속”(2020.1.8.) 의 글을 꼼꼼하게 읽어보았습니다. 김 검사의 논지는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수사권 조정’을 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선결 조건으로 약속한 게 있는데 크게 보아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분리, △정보경찰제의 폐지 라는 것입니다. 이 약속 세가지가 어느 순간 사라진 상태에서 수사권 조정안만 국회를 통과하고 경찰 권력만 비대해졌다는 것입니다.

 

경찰청은 ‘경찰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2017년~2018년 경찰청 개혁위원회(위원장 박재승)를 운영했습니다.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경찰이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려면 내부 개혁부터 하라”고 발표했고 이러한 취지로 경찰개혁위원회가 시민사회 전문가들의 참여 하에 출범한 것입니다. 그간 경찰개혁위원회는 경찰청장과 합의하여 많은 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그 개혁안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과연 김 검사의 주장이 맞는지 검토하겠습니다.

 

김웅 검사의 자치경찰제 설명에 대한 팩트 체크

먼저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 김웅 검사가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국가경찰을 이용한 수사 등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 권력과 구조를 지방자치단체로 쪼개고 분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됩니다.

 

경찰개혁위원회는 자치경찰제 권고안을 경찰청장과 합의하여 2017년 11월8일 발표했습니다. 전국 시도 소속으로 ‘자치경찰본부’를 둔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김웅 검사는 ‘자치방범대’ 수준이라고 폄훼합니다. 그래서 ‘실효성 있는 자치 경찰제’ 도입이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김 검사가 꼭 틀린 주장을 한 건 아닙니다. 자치경찰은 주로 생활안전(학교폭력,성폭력 등)과 관련한 수사만 맡고 그 외 국가보안 수사 등은 국가경찰이 계속 하는 것으로 권고안이 발표되었거든요. 자치경찰의 권한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논란은 나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보수적인 자치경찰제안이 나온 것은 아직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수준을 함께 고려한 탓입니다. 제가 당시 경찰청개혁위원회 자치경찰분과 위원들에게 들은 얘기로는, “너무 처음부터 핵심 수사권을 자치경찰에 이양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이 경찰력을 악용할 것”을 우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임기 때 각종 건설비리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김 전 시장 관할 하에 있는 울산지방청이 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경기지방청의 수사를 방해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자치경찰 인사권은 시도지사가 갖습니다. 자치경찰에 대폭적인 수사권 이양을 했을 때의 부작용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겁니다.

 

제가 이러한 소극적 자치경찰제의 수위에 찬성한다는 게 아니라, 무턱대고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설명인 겁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면서 검찰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사범 등 주요 범죄나 대형참사 등 중요 범죄 등은 앞으로도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정리된 것과 같은 맥락의 결정이라는 설명인 겁니다.

 


김웅 검사의 '행정-수사경찰'분리 주장에 대한 팩트체크

두 번째 김웅 검사의 주장인 ‘행정-수사경찰’의 분리에 대해 살펴봅니다. 이것은 아마도 행정권한을 가진 경찰 간부가 수사 경찰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에 주장하는 것일 겁니다. 예를 들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압력성 전화를 건 사건 등을 떠올리면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찰개혁위원회는 많은 내용들을 권고했고 경찰청이 받아들였습니다. 가장 핵심이 개방형 국가수사본부장의 신설입니다. 이게 신설되면 경찰청장이 수사의 최종 지휘 및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시민사회인사도 참여하는 경찰위원회가 국가수사본부장을 임명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입니다. 정부의 입김을 받지 않는 수사 책임자가 외부인사로 채워지는 장치입니다. 일선 경찰서에서도 서장이 개별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됩니다. 일선 경찰서 수사는 각 관서의 수사부서장에게 부여됩니다. 이게 바로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가 아니고 뭡니까.

 

또 ‘경찰위원회의 실질화’도 의미있는 경찰개혁입니다. 지금은 경찰위원회가 유명무실화 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경찰위원회가 경찰청장과 (신설) 국가수사본부장의 임명제청권을 갖습니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경찰 수장이 탄생되는 것을 견제하는 장치로서 권한이 강화된 경찰위원회가 새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또 경찰위원회는 총경 이상 승진자에 대한 인사 심의를 담당하게 됩니다. 경찰서장으로 부임하는 총경급 승진자에 대한 인사심의를 시민 사회가 함께 하게 되는 겁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의 집회를 탄압해 ‘대한문 대통령’으로 불리던 논란의 경찰 ‘최성영 총경’(전 남대문서 경비과장)같은 사례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하나가, 국무총리 소속 차관급 옴부즈맨의 도입입니다. 경찰권 행사 관련 민원을 조사하는 옴부즈맨은 때로 조사결과에 따라 징계권고 및 수사권을 직접 행사하기도 합니다. 인원은 100

여명 정도 도입되는 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경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경찰위원회에 감찰 징계 요구권, 부당수사지휘에 대한 조치요구권을 주고 법률로 수사직무방해죄 도입을 추진하고 영장전담관을 신설하는 안도 발표된 바 있습니다.

 

자. 이렇게 많은 경찰 수사권 남용에 대한 견제 장치(행정경찰-수사경찰 분리 정책)들이 그간 발표된 바 있는데 김웅 검사 말대로, ‘무소 불위의 경찰’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까. 물론, 이것이 최선의 경찰개혁안이라는 게 아닙니다. 김 검사 말대로 ‘중국 공안’과 우리의 경찰을 같다고 비유할 수 있는지 묻는 겁니다.

 


김웅 검사의 '정보경찰제 폐지 약속' 주장에 대한 팩트 체크

세 번째 ‘문재인 대통령이 정보경찰제의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김 검사의 주장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 검사의 주장처럼 현행 정보경찰제도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좀 위험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역시 한겨레에 지금과 같은 권한이 막대한 정보경찰제를 폐지하기 위한 기획기사를 꾸준히 내기도 했습니다. 온국민을 사찰하듯 들여다보는 정보경찰제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기서 따로 더 언급 안하겠습니다.

 

제가 문제 삼는 건, ‘문재인 대통령이 정보경찰제를 폐지하기로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해버렸다’는 김 검사의 주장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단 한번도 정보경찰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적 없습니다.

 

2018년 초로 기억합니다. 경찰개혁위원회의 정보경찰폐지안을 경찰청장이 받아들여 당시 경찰 고위간부가 청와대로 가서 설명한 적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나 되레 ‘정보 경찰은 필요하다’며 폐지안을 반대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해체 위기에 놓였던 경찰청 정보국은 안심했고, 저는 문재인 정부에 다소 실망했습니다.

 

저는 정보경찰의 폐해를 지적하는 김 검사의 주장에는 동의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정보경찰을 없애기로 했는데 그 약속을 뒤집고 마치 정보 경찰을 계속 활용해 정권 연장을 시도하려 한다거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주장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견강부회’도 이런 견강부회가 어디 있습니까. 중립적이고 합리적인 말을 골라서 하는 것을 의무로 여겨야 하는 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됩니다.



국민을 노예에 비유하는 부적절한 김웅 검사의 글

지금까지 김 검사 주장의 사실관계 여부를 팩트체크 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검사는 수사권 조정을 ‘아미스타드 노예선 사건’으로 비유했습니다. 선장이 배를 잘못 몰고 가고 있는데 선상 반란을 일으킨 노예 흑인들은 그걸 모르고 있었다는 이야기로, 지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와 유사하다고 비판한 것이지요.

 

일단, 검경수사권 조정을 염원해온 국민을 하필이면 흑인 노예에 비유한 것이 유감이고요. 배를 목적지까지 몰고가는 선장으로 반드시 검찰만을 생각하고 계신 듯 한 것도 유감입니다. 게다가 수사권 조정이라는 아미스타드 호는 항해를 이제 막 시작한 겁니다. 왜냐면, 국회에서 관련 법률은 통과했지만 경찰개혁의 완수라는 과제는 아직 남아 있거든요. 이제 저같은 언론과 시민사회가 수사권을 대폭 확대한 경찰이 개혁약속을 제대로 지키는지, 관련 입법 보완은 제대로 해내는지 감시하고 채찍질 해야 합니다.

 

그런데 김 검사는 마치 경찰 개혁이 선결조건으로 완수되어야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 합니다. 경찰이란 조직의 인원수만 10만명이 넘고 또한 우리나라 보수세력은 경찰이 개혁하는 것을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섭니다. 이거 다 의견수렴하고 뭐하고 했다가는 문재인 정부 끝날 때까지도 경찰 개혁 완수 안됩니다. 당연히 검경 수사권 조정도 무력화 되는 겁니다.

 

그래서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은 김 검사의 주장처럼 ‘선후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또한 무작정 선후의 문제만도 아닌 겁니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동안 경찰 개혁안을 충실히 마련했다면, 중반기에는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후반기에는 경찰 개혁안을 완수하는게 합리적인 로드맵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누구나 정부정책에 비판적 관점을 가질 수 있지만, 어떻게 ‘대국민 사기극’이라고까지 비난할 수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국민은 소외되었다”고요? 무슨 말씀입니까? 현행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밀실에서 갑자기 튀어나온게 아니고, 노무현 정부때부터 수많은 법률 전문가를 포함한 국민이 토론을 해 함께 만들어온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보도해온 기자이고요. 설마 ‘국민=검찰’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지요. 수사권 조정의 최종 과정에서 검찰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것은 인정합니다.

 

제가 경찰이 발표해온 개혁안을 자세히 설명하는 글을 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검찰 못지 않게 개혁에 저항해온 경찰에 쓴소리를 앞장서서 해온 기자 중 한 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검찰이 경찰 핑계를 대면서 스스로의 개혁에 주저하거나 수사권 조정을 통한 권력 분산을 ‘대국민 사기극’처럼 몰고가는 것을 더는 두고볼 수가 없습니다.

 

저는 거짓말 하는 사람들을 잡아내고 고발하는 것이 직무인 기자입니다. 검찰이 이렇게 대놓고 지금까지 발표된 경찰 개혁안을 지우개로 글자 지우듯 생략한 채 정부 비판 선동하는 것이야말로 ‘대국민 사기’입니다. 진중권 교수처럼 이 사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김 검사의 주장만 듣고 또 선무당처럼 궤변을 늘어놓고 있잖습니까. 이런 혼란에는, 김 검사의 책임이 적다할 수 없습니다.

 

김웅 검사와는 조만간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김 검사가 먼저 그렇게 제안해준 것에 감사를 표합니다. 김 검사와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이 문제를 놓고 토론하기를 희망합니다. 김 검사가 허 기자와의 통화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가 희망하는 길은 같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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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김웅 검사. 한겨레 자료 사진.




​<김웅 검사와의 전화 인터뷰 요약>


김웅 “내가 거친 글을 써서 여당이 경찰개혁 약속도 다시 하는 것”  

 

-허재현 기자

김 검사께서 쓴 글중 사실관계가 다른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질문 드리겠다. 문재인 정부는 정보경찰 개혁을 약속한 적 있지만 폐지를 약속한 적 없다. 정보경찰 폐지 약속 안지킨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김웅 검사

문무일 검찰총장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과 독대해 약속을 받은 게 있다.

-정확히 무엇을 약속 받았다는 거냐. 나는 2017~2018년 한겨레신문 소속 경찰청 출입기자였다. 복수의 경찰 관계자를 상대로 취재한 바로는, 2018년 초 경찰청 고위 간부가 정보경찰제 폐지안을 갖고 청와대에 가서 설명했지만 정부 핵심 인사가 정보경찰은 필요하다고 해서 정보경찰제 폐지가 아닌 개혁 수준으로 후퇴한 거다.

=제대로 알고 계신 것이다.

-그러면 문재인 대통령이 정보경찰제 폐지 약속 안지키고 있다는 김 검사의 주장은 틀린 것 아닌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 약속’이 바로 정보경찰의 폐지를 말한 것이다.

-그건 다른 맥락의 주장이다. 행정 경찰과 수사경찰의 분리는, 정부의 수사개입 통제 차원에서 논의된 것이지 정보경찰 폐지로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검찰의 편의적인 해석을 대통령이 마치 약속한 것처럼 몰고가는거 아니냐.

=그럼 내가 지적한 다른 내용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자치경찰제 도입 등) 부실하게 경찰 개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개혁 약속을 잘 지키라고 주문해야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니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분명히 문 대통령은 ‘경찰 개혁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선결과제’라고 설명했었다.

-대체 언제 어떤 자리에서 선결 조건이라고 말했다는 것인가. 조국 민정 수석이 ‘경찰이 수사권 조정 등으로 권한을 확대하려면 경찰 내부 개혁부터 시작하라’고 메시지를 던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경찰 개혁이 완수된 다음에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수 있다’고 한 적은 없다.

=물론 그렇게 선언하듯 대통령이 발언한 건 아니지만, (허 기자처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 교수와의 대담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분명 경찰 개혁이 수사권 조정의 선결 과제라고 말했었다.

-대통령과 대화한 교수가 국민의 대표인가. 그걸 대통령이 약속했다고 볼 수는 없다. 대통령이 선언적으로 경찰개혁을 주문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나. 김 검사의 글은 너무나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왜곡 과장하고 있다. 이익단체의 대표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지만, 김 검사는 국가공무원이라서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나야 말로 검찰의 개혁을 끊임없이 주장해온 사람이다. 그러나 국회에 가서 국회의원들도 만나보면 경찰 개혁을 하겠다고 약속은 하는데 실제로 진행되는 것은 없다. 늘 수사권 조정 다음에 다음에 하는 분위기다.

-경찰권력 비대화를 막는 장치로서 기존에 발표된 것이 있고 이제 이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행을 안하면 안한다고 이후 비판을 하면 되데, 무조건 경찰 개혁이 완수 되어야만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해야 하나.

=정보 경찰을 활용해서 얼마든지 정부가 비판 세력을 옥죌 수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임기 내 검찰 범죄 정보 인력을 모두 없애버렸다. 그러나 경찰은 지금껏 아무 것도 한게 없다.

-정보 경찰을 더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자치 경찰제도 실효성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발표됐다.

-그게 왜 그런지 아는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자치 경찰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히려 보수언론이 자꾸 경찰 개혁을 왜곡하고 훼방을 놓아 왔다. 내가 화가 나서 문화일보 기자랑 경찰청 기자실에서 싸운 적도 있었다. 그러니 청와대로서는 그런 보수세력의 의견도 수렴해서 기존 개혁안에서 후퇴해 절충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걸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을 뒤집은 거처럼 표현하는 건 왜곡이다.

=실효성 있는 자치경찰제 도입이 뭉개지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허 기자가 모르는 내용이 있다.

-나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다. 좀 더 취재를 해보겠다. 다만, 김 검사의 글을 보수 언론과 개혁을 반대하는 검사들이 악용해서 활용하고 있다. 임은정 검사가 왜 욕을 먹어야 하나.

=나는 임은정 검사 비판하는 글을 쓴 적 없다.

-결국 임은정 검사가 검찰 개혁을 주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다.

=내가 그런 거친 글을 썼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반응하고 ‘경찰 개혁 완수’ 약속을 다시 하는 효과도 나오고 있다.

-그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기치고 정권 연장을 위해 정보 경찰제 폐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맞지도 않다. 하나만 더 질문 하겠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진다’는 표현은 왜 한 건가.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면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피의자가 변호사 선임해야 할 수 있다. 경찰이 기소 의견 송치하면 경찰과 검찰 단계 모두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해 서민들에게 불리하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경찰 단계에서 수사가 끝날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을 되레 아낄 수 있다.

=경찰의 수사종결이 잘못 되어도 검찰이 통제할 방법이 없다.

-그렇지 않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경찰은 이에 따르도록’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거다.

=그 ‘특별한 사유’를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보완수사 지시를 안따를 수 있다.

-그러면 고소인 등이 가만 있겠나.

=바로 그 때 경찰에 항의하려면 변호인 선임 등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다.

-김 검사 판단을 존중한다.

=허 기자가 경찰 개혁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기자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우리가 갈 길은 같은 방향이라는 느낌이 든다. 조만간 만나서 자세한 얘기를 더 하고 싶다.

-좀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기자로서는 감사한 일이다. 다소 거칠게 쏘아붙였는데 너그럽게 받아주어서 고맙다. 박준영 변호사가 SNS에 김 검사를 ‘좋은 검사’라고 공개 두둔한 이유를 짐작할 것 같다. 기사에는 김 검사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쓰겠다.

 

(통화 종료)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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