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 끝까지 감시한다 백남기 농민 죽인 공로?…물대포 무전 지휘 경찰이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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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118회 작성일 19-07-03 22:10본문
언론의 감시가 촘촘할 수록 시스템이 촘촘해진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은 거예요. 더 살펴봤더니, 우리 사회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그 사람이 죽은 거였어요. 그렇다면 그 사람의 죽음은 더 이상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닌 거예요. 유족 입장에서는 타살이지요. ‘사회적 타살’. 한 개인의 죽음이 사회문제로 진화하는 것이지요. 언론이 취재에 나서고 문제를 밝혀내기도 합니다. ‘밝혀냄의 깊이’만큼 그 사회는 제도를 만들고 안전망을 갖춥니다.
어떤 죽음은 역사가 되기도 합니다. 김주열 열사의 죽음은 이승만 대통령이 흠집낸 민주주의 흉터에 자라난 굳은살이었지요.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박정희 정권과 그에 기생하던 광란의 자본주의를 고발한 불꽃이었지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은 전두환 정권이 쏘아댄 최루탄을 맞고 마른 기침을 하던 민주주의에 젖은 손수건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박근혜 정권의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죽은 한 농민이 있었습니다. 이 농민의 이름은 백남기입니다. 그의 죽음은 과연 어떤 역사가 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의 서두가 긴 이유가 있습니다. 아직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사건이 종료되지 않았고, 우리가 어떤 기록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백남기 농민의 죽음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을 넘어, 그의 죽음이 남긴 유산을 잘 보존하고 그가 물에 젖은 아스팔트에 몸뚱이를 내리꽃히면서도 끝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분석해야만 백남기 농민은 열사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에 경찰이 사과를 했고, 책임자 처벌이 다 이뤄졌는데 아직까지 백남기 사건 취재를 하냐고 하실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분. 백남기 사건의 끝이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정말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은 이유를 이제부터 하나하나 설명합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책임 있는 사람들이 아직 검경의 수사조차 받지 않았고, 또한 백남기 농민같은 불행한 죽음이 재생산 되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는 아직 시스템을 정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언론의 날카로운 감시와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하는 때라는 겁니다. 행동탐사언론 <리포액트>는 그래서, 백남기 사건의 남은 과제와 경찰의 책임을 좀더 짚어보고자 합니다. 어쩌면 이 기사는 백남기 농민의 영혼이 저와 함께 쓰는 기사일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쓰는 저와, 읽는 여러분 모두가 백남기입니다.
물대포 살수 무전 지시 경찰, 경찰청장 표창 받다
먼저 고발할 내용은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불러온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 관리 경찰에 대한 것입니다. <리포액트>가 입수한 ‘경찰청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자료 내용을 종합하면,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 살수 무전 지시를 한 책임자중 한명이 “집회시위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두 차례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표창에는 경찰청장 표창과 지방청장 표창, 경찰서장 표창 등이 있는데 경찰 내에서는 가장 높은 등급의 표창을 받은 것입니다.
OOO 경감은 ‘준법 집회시위문화 정착 기여 유공’ 표창을 2016년 5월31일에 한번, ‘집회시위 관리 기여 유공’ 표창을 2016년 12월31일 받았습니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이 준 표창이기 때문에 향후 승진 사유에 참작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경감은 원래 충남지방청 소속 지역 경찰서 소속으로 일하다 2018년 초부터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파트에서 근무중입니다.
경감 계급부터는 실질적으로 경찰 내에서 간부 계급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승진 경쟁이 본격화하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지방 근무자가 서울 발령이 났다는 것은 인사상의 혜택을 본 것이라고 해석할 여지가 있습니다. 2018년 초는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경감급 인사의 책임자입니다.
OOO 경감은 3일 <리포액트>와의 통화에서 “경찰청의 징계 및 훈장 취소 등 처분은 받지 않았다. 취재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청 상훈 담당 관계자는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2015년에 있었고 표창은 2016년에 받은 것이라 실질적 상관관계 여부는 더 검토해봐야 한다. 경찰청 경비국이 표창 추천을 해서 강신명 당시 청장이 표창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민중총궐기 집회관리 경찰 20명중 8명이 승진한 것으로 확인
이외 민중총궐기 당시 집회관리 담당자 20명중 8명이 그후 심사 등을 거쳐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민중총궐기 때 서울지방청 경비부장이었던 이상철 경무관은 2015년 12월28일 치안감으로 승진하여 최근까지 제주지방청장을 맡았습니다. 당시 종로경찰서장이었던 윤명성 총경은 2017년 2월28일 경무관으로 승진하여 현재 경찰청 대변인이라는 ‘꽃보직’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당시 서울지방청 경비부 경비1과장 연정훈 총경은 2016년 3월1일 경무관으로 승진해 얼마전까지도 서울지방청 경비부장을 역임했습니다.
백남기 농민 사건의 책임자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최근까지도 서울지방청 경비부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게다가 연정훈 경무관은 심심찮게 치안감 승진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습니다. 비록 올해 하반기 치안감 승진 인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만 언제든 치안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백남기 사건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유족들에게 사과하지 않는 이상 결코 치안감이 되어선 안되는 사람이라고 판단합니다.
이외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때 서울지방청 기동단 소속으로서 물대포 무전 지휘를 했던 공춘학 경위가 2016년 6월1일 경감으로 승진했고 당시 서울지방청 정보관리부의 김병수 총경이 2016년 12월8일 경무관으로, 같은 소속 김성재 경정이 2017년 8월25일 총경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미 승진한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직간접적 책임이 있는 경찰 간부 8명은 자신의 입장을 지금이라도 밝혀야 합니다. 또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으면서도 집회시위문화 정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두 번이나 표창을 받은 경찰 간부에 대해선 경찰청 차원에서 경위를 조사하고 표창 취소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이렇게 그들의 실명을 적시해 밝히는 것은 이들이 설사 다시 한번 승진하더라도 역사의 비극에 어떻게 연루되었던 경찰이고 아직까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기록되어야 한다는 뜻에서입니다. 총경 이상은 지역의 경찰서장 이상을 역임하는 사람들입니다. 결코 익명 보호의 권리를 주장해선 안되고 우리 사회도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3일 <리포액트>와의 인터뷰에서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책임있는 경찰 간부가 징계를 당하기는커녕 표창장을 받았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었는지 엄중히 따져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여러분.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밝히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그의 죽음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유족과 국민 앞에 진정으로 사과하고 적정한 책임을 지는 것 역시 진상규명 작업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경찰청장이 기자들 앞에서 사과 기자회견 한번 하고 끝내버리면, 그게 진상규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까. 후손들은 이 시대를 호흡하고 살아샀던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겠습니까. 저는 2017~2018년 경찰청을 출입하던 <한겨레> 기자 였습니다. 그때 못 다했던 의무를 한명의 저널리스트로서 이제 마무리하려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아직 책임지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입니다. 그는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습니다. 그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당시 경찰청에서 어떤 행동을 했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 대한 취재 기록을 꺼내겠습니다. 그 역시 구은수 전 서울지방청장처럼 재판에 넘겨져 형사적 책임 여부를 따져봐야할 근거가 있습니다.
백남기·허재현 리포액트 대표기자 repoact@hanmail.net
★리포액트의 향후 계획
리포액트는 기록과 보도로써 언론의 역할이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잘못된 것을 고발한 뒤 이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언론인의 의무이자 민주 시민의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OOO 경감의 표창 서훈 취소와 백남기 사건에 직간접 책임이 있는 경찰 간부들의 추가 승진 반대 등을 위한 국민청원운동을 곧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