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손가락칼럼] 김용민만큼 훌륭한 언론인들만 떠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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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5,714회 작성일 20-07-0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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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또한번 공중파 프로그램 출연이 좌절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워 이 글을 씁니다. 그놈의 '막말 이미지' 탓이겠지요. 아무래도 김용민씨에 대한 객관적인 목격자가 이 사안을 좀 정리 해줘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저는 김용민씨를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알아왔습니다. 한겨레 신입기자일 때부터니까 10여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를 관찰한지 오래 됐고, 나꼼수 멤버 넷 중에는 가장 친하고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어쩌면 이건 김용민씨에 대한 제 기자로서의 관찰기에 가깝습니다.


김용민씨는 결코 '여혐'이 아닙니다. 이 말도 안되는 오해는 <조선일보>의 악의적 선동으로 8년전부터 퍼지기 시작했는데 이게 아직도 김용민씨를 평가하는 전부가 되어 있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저는 '여혐'인 사람들과는 친분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습니다. 김용민씨는 한번도 소수자를 폄훼하거나 특히 여성에 대해 함부로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김용민씨와 10여년 가까운 우정을 유지하는 겁니다.


물론,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의 어느날 인터넷 방송에서 던진 '콘돌리자 라이스 강간' 발언은 실수입니다. 그러나 미군이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던 중 죄없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강간당한다는 소식을 듣고 청년으로서 격분해서 한 발언입니다. 가끔 울컥해서 말실수 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는 것 아닙니까?  이렇게 엄연히 맥락이 있는 발언인데 그거 하나를 갖고 아직까지 '여혐 딱지'를 붙이는 건 너무 하지 않습니까.


사회적 책임과 비난에는 비례와 균형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데, 대체 언제까지 김용민씨에게 우리 사회가 이 발언을 놓고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우리 사회 모두가 <조선일보> 기자는 아니지 않습니까. 본인이 이미 과거에 충분히 사과도 하고 정치적 책임까지 지고 정치계를 완전히 떠났는데, 뭘 더 어떻게 사회적으로 매장을 해야 직성들이 풀릴 겁니까. 너무들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김용민씨가 스스로 대단한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적도 없습니다.  저는 김용민씨가 우리 사회 남성들이 갖는 평균적 수준의 여성관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정도면 되는 것 아닙니까. 대체 어느 정도로 페미니스트에 가까워야만 공중파 방송 출연 자격이 있다고 봐야 하는 겁니까. 사실 공중파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들중에 김용민씨보다 더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성이 뒤떨어지는 사람들 저는 많이 봤습니다. 차이는, 그들이 과거 <조선일보>한테 집중 포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 뿐입니다.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김용민씨는 나꼼수 멤버 넷중에서 가장 합리적인 언론관을 갖고 있습니다. 김용민씨가 김어준같은 나꼼수 멤버들과 어울리면서 큰 혜택을 입은 것도 사실이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언론관 등에서 김용민씨는 그들과는 결이 다른 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꼼수 김용민' 이미지는 약이자 독같은 것이었습니다. 저역시 기성언론에 오래 몸담았던 사람이기에, 음모론이라든지 진영주의라든지 이런 것에 과도하게 몰입되어 있는 언론인들은, 겉으로는 친하게 지내도 얼마안가 불편해지곤 합니다. 그러나 김용민씨는 그런 모습을 제게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이분과의 관계를 여전히 유지하는 것입니다. 


시사평론가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아니 매우 뛰어난 사람입니다. 김용민씨가 세월호 '고의침몰설'이나 '대선개표부정' 같은 것을 나서서 주장하는 것을 본 적 있습니까. 김어준씨의 이런 생각을 존중하되, 거리두기 하는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나꼼수 멤버라고 해서 다 생각이 같을 수도 없고, 그러나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꼭 드러내놓고 반대해야만 하는 건 아니잖습니까. 저역시 지금껏 세월호 고의침몰설이나 대선개표부정 음모론 등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힌 적 없습니다.


무엇보다 김용민씨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그가 따뜻한 인성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늘 자신보다 못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도우려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김용민씨가 사회적으로 전혀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도 자신의 벌이를 쪼개어 각종 소수자들이 부딪히고 있는 싸움을 위해 기부하고 찾아가 봉사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목사의 아들이라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아무튼 이런 삶의 태도는 늘 존경스럽고 저에게조차 없는 모습입니다. '김엄마'라는 그의 애칭을 들어보셨지요? 시청자들의 놀라운 관찰력입니다. 김용민씨의 실제 인품이 그런 사람입니다.


물론, 내뱉는 말은 거칠지요. 저도 평균적인 언론인들에 견줘 말이 거친 편이지만 저보다 더 거친 분입니다. 그러나 그건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재명·최강욱 같은 분들과 캐릭터가 비슷한 것일 뿐입니다. 그걸 두고 왜들 그리 문제 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점잖고 중립적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되레 더 위선적인 경우도 많습니다. 적어도 김용민씨는 그런 위선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러니까 제가 10여년간 관계를 유지하는 겁니다. 투박하게 싸인 포장지만 보고, 우리가 그 제품을 불량품이라고 단정하지 않듯 말입니다.

 김용민씨와 오래 일하고 관찰해온 분들은 누구나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진보언론의 기자들마저도 김용민씨를 제대로 겪어보지 않고 <조선일보>가 퍼뜨린 악의적 이미지에 선동당해서 함부로들 이야기하는 것들을 보면 너무나 속상합니다. 김용민만큼 훌륭한 인성과 자질을 가진 언론인도 드뭅니다.


마지막으로, 김어준씨나 주진우씨가 가장 나이어린 동생 김용민씨를 좀 잘 이끌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용민씨가 이렇게 억울한 일을 자꾸 겪고 있는 것에는 저는 그분들 책임의 몫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1년전만 해도 제 처지가 겸연쩍어 감히 이런 글을 쓰지 않았겠지만, 이제 저는 제 실수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충분히 치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이 글이 부디 김용민씨에 대한 과도한 편견과 오해가 바로잡히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KBS <김용민라이브> 피디가 KBS 사내 게시판에 김용민씨에 대한 애정을 담아 호소했던 글을 공개해드립니다. 이전에 받았었는데, 아마 외부 공개는 안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뛰어난 '시사 쉐프' 김용민 평론가를 놓친 건 KBS의 큰 오류이자 손해입니다. 그를 겪어본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들을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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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객꾼과 좋은 쉐프에 대한 단상


시사평론가 김용민씨의 <거리의 만찬> 시즌2 MC 기용에 따른 반발 여론, 시청자위원회의 권고와 김용민씨의 자진하차라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진심으로 김용민씨가 KBS로부터 상처받지 않기만을 바라왔습니다.


거리의 만찬 MC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가족들이 매우 기대하고 있다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씀하시던 김용민씨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러한 가족들의 기대는 역설적으로 거리의 만찬 MC 하차뿐 아니라 '김용민라이브' MC 하차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


매일 라디오생방송과 개인 유튜브 채널 운영으로 짬이 없음에도 어렵게 거리의만찬 녹화시간을 잡고, 라디오 생방송 스케줄에는 최대한 피해가 안가게 하고 싶다며 저와 진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라디오는 김용민이라는 MC가 자라온 터전이자 소중한 매체였습니다. 그런 김용민씨가 거리의 만찬 하차 이후 김용민 라이브에도 하차 의사를 밝혔습니다. 여러차례 만류와 종용을 거듭했지만 본인의 의지가 완강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더이상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 아프게 다가온 것은 김용민씨의 과거 발언을 반복적으로 재소환하면서 '갱생불가'의 인간으로 매도한 일각의 평가들, 그리고 '김용민 라이브'를 통해 이룩한 성과는 깡그리 무시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김용민 라이브는 지난 2020년 1라운드 청취율 조사에서 시사프로그램 절대강자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어 전체 시사프로그램 청취율 2위를 달성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계신 CBS 김현정의 뉴스쇼의 10년 아성을 무너뜨린 성과였습니다. 이는 KBS 라디오 역사상 전례없던 일입니다.


'그분은 호객은 잘하지만 좋은 쉐프는 아닙니다'


KBS 한 직원께서 쓰신 글에 김용민씨는 아프게 반응했습니다. 김용민 라이브를 2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성찰하지 않는 절대 권력 약자를 조롱하고 비웃는 강자에 대해선 샌 어조로 비판한 적은 있어도 약자 혐오발언을 한다거나 보편적 윤리 기준에 어긋나는 언행은 단 한번도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김용민씨가 훌륭하게 공영방송 KBS1 라디오 진행자의 역할을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일이 아닌 이미 반성하고 사과한지 10여년 전 막말 논란으로 인해 그저 호객꾼 취급이나 받는 것은 너무 부당한 것 같습니다.


그가 보였던 프로그램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한번이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들으셨다면 그렇게 간단히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손쉬운 평가로 김용민씨가 자신이 가장 아끼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가장 좋은 성과를 낸 이 때 스스로 놓으려 합니다. KBS 라디오에도 치명적인 전력 손실입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PD와 진행자는 매일 같은 시간 만나고 함께 호흡합니다. 저는 김용민이라는 사람과 방송을 했습니다. 그는 머리에 뿔달린 악마도 아니고 숨쉬듯 욕하고 막말하는 양아치도 아닙니다.


많은 KBS인들이 그토록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품위와 격조, 중립성의 실체는 과연 뭘까요. 그토록 기계적 중립을 강조했던 지난 10년 동안 KBS 라디오는 좋은 쉐프도 아니었고 호객도 못했습니다. 공영방송의 품위를 지키면서 아무도 안듣는 방송 만드는 게 KBS 컨텐츠가 추구하는 본령이어야 할까요.


김용민씨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용민 라이브> MC 로서 자질이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동의하지 못하신다면 지난 일주일치 <김용민 라이브> 다시 듣기를 권장합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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