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손가락칼럼] 김의겸이 노무현같은 국회의원이 되어만 준다면...한겨레 후배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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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3,831회 작성일 20-03-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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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손가락칼럼'은 SNS에 글쓰듯 전해드리는 유연한 칼럼입니다. 형식은 가볍고 진심은 무거운 칼럼입니다.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들을 허재현 기자만의 독특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합니다.


 

김의겸이 보여준 두변의 '염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국회의원 출마를 지지합니다. 그에 대해 비판적이기도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뀐 건 그의 출마의 변을 들은 뒤부터입니다. 그는 3월22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언론 지형과 문화를 바꾸고 싶다. 제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보고 싶다. 모난 돌이 되어 기꺼이 정도 맞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정도의 각오라면, 지지해줄만하다고 판단합니다.


지금 국회에는 조중동 등 수구언론과 전투적으로 맞서 싸우는 의원들이 사라졌습니다. ‘노무현 같은 의원’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지금은 종편 방송들이 불러주면 열일 제쳐두고 다들 달려갑니다. 의원들이 종편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 상승에만 신경쓰는 모양새입니다. 종편의 사회적 해악은 여전한데 이래도 되는 겁니까. 


김의겸 전 대변인이 조중동과 싸우는 정치인만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언론개혁은 민주 정권 창출이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과정일 뿐이지요. ‘조중동 권력의 폐간’이 그 끝이어야 합니다. 왜 이런 주장을 하는 정치인이 더 안나오는 겁니까.


그간 복잡한 마음이었습니다.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저의 결벽증 같은 경계심 탓입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김의겸 전 대변인을 향해 “권언 유착의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김의겸 같은 인물이다. 대한민국 기자중 어용 아닌 이들 치고 문빠들에게 ‘양념’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도 어용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 이런저런 ‘양념’ 많이 당하는 기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폴리널리스트(어용기자)들에 대한 경계가 습관적입니다.


김의겸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출범하고 한달도 안돼, 한겨레 현직 기자 신분일 때, 청와대로의 직행을 선언했습니다. 한겨레 내부는 들끓었습니다. ‘현직 기자가 곧바로 정계 입문하는 것을 비판하더니 정작 본인 일이 되자 태도가 돌변하는 거냐’는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저는 당시 국정농단 사건 취재를 마무리하고 법조 기자로 있던 때였습니다. 저도 화가 났습니다. 사내 게시판에 김의겸 선배를 대놓고 비판하는 글을 썼습니다. 다들 뒤에서 뭐라 하는 분위기였지, 드러대놓고 글을 쓰는 사람은 저 하나였습니다. 김 선배는 아마 그런 제가 적잖이  싫었을 수도 있습니다. 


제 논리는 이러했습니다. ‘김의겸 선배 외에 많은 후배들이 국정농단 사건은 함께 취재한 것이다. 국정농단 취재의 컨트롤 타워였던 선배가 이렇게 청와대로 직행하면 어떡하냐. 그러면 우리 후배들의 순수한 취재 의도가 의심받고 함께 똥물이 되는 것 아니냐. 설사 청와대가 대변인 자리를 제안하더라도 사양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선배는 청와대로 가면 그만이지만 그 뒷수습은 우리가 다 해야 하는데 미안하지도 않냐.’


김 선배는 염치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 두더군요. 그리고 청와대 행도 유예했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최소한 현직 기자일 때 곧장 정치권으로 몸을 옮기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경욱 전 대변인(2014년 2월 KBS 앵커를 하다가 곧장 청와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김)과는 결이 다른 사람입니다. 한겨레를 퇴사하고 아무 일이 없던 김 선배가 1년 여의 자숙기간중, 공공기관 책임자 자리도 제안받았지만 사양했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대변인 자리로 가기 전 정치권이 제안한 일종의 예우일 수도 있었지만 그걸 거절했다는 얘기를 듣고 속으로 칭찬해주었고, 김 선배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서서히 거두어갔습니다.

 

김 선배가 2018년 2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낙점되자 언론들은 ‘코드 인사’ 아니냐는 비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겨레 내부의 비판적 코멘트를 원했는지 <미디어오늘>에서 제게 의견을 묻는 전화가 오더군요.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김의겸씨가 선출직도 아니고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을 하겠다는 거 아니냐. 그러면 당연히 코드인사를 해야죠. 사사건건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게 옳은 건가요. ‘대통령의 복심’이 대변인이 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김 선배는 한겨레 퇴사 뒤 충분히 자숙 기간도 거쳤고, 지금으로서는 청와대 대변인이 되는 것을 비판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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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의 부동산 관련 논란은 저도 좀 혼란스럽습니다. 부적절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요. 그정도 흠만으로 평생 정치를 못한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이건 제 말이 아니라,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 제게 한 설명입니다. 저는 경제나 부동산 쪽 전문가가 아니라 관련 문제를 판단할 때 수년간 김경율 회계사의 판단을 ‘바로미터’로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김 전 대변인에 대한 부동산 관련 논란에 대한 제 판단은 ‘유보’입니다.



아쉬운 점은 물론 또 있었습니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 1월 군산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출마의 변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취재한 기자”임을 역설하더군요. 아쉬웠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또 저 국정농단 사건 취재 경력을 발판으로 국회에 진출하려는 거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그는 또한번 염치있는 행동을 보였습니다. 지지율도 제법 나와 상대 어느 누가 나와도 더블 스코어 이상을 얻는 상황인데 돌연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판단하기도 애매한 부동산 관련 논란에 책임을 지고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불출마를 한 것입니다. 자신 대신 공천을 받은 상대에게는 “언제든 내가 필요하면 부르라”고 하는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김 전 대변인은 이번에 결국 민주당 지지자들의 아래로부터 요구로 탄생한 열린민주당 비례후보로 출마했습니다. 이번에는 그가 출마를 했다기보다는 지지자들로부터 호출을 당한 것입니다. 비례후보 순위도 당원들의 투표로 결정된 것이니,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닙니다. 진중권 전 교수처럼 저렇게 날선 비판을 하는 것은 균형잡힌 태도가 아닙니다. 최소한 김 전 대변인은 수차례 염치있는 행동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가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입니다.



김의겸 국회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조중동에 맞서라

다만, 저는 이제 김 전 대변인에게 요구하고 싶습니다. 김 전 대변인의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해줬으면 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그의 출마를 지지하고 싶습니다. 국회에 들어가면, 노무현 전 의원처럼 싸워주십시오. ‘수구보수언론’과 싸워달라는 겁니다. 소통? 그런 ‘기름진 말’ 하지 말고 제대로 싸워주십시오. 


노무현 의원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수구보수언론과 싸웠습니다. 2007년 3월 노 대통령이 직접 쓴 메모에는 “식민지 독재 정치하에서 썩어빠진 언론”이란 대목이 등장합니다. “대통령 퇴임 뒤 책임 없는 언론과의 투쟁을 계속할 것”이란 글도 썼습니다. 2007년 수석보좌관 회의 중 메모에는 “언론과의 숙명적인 대척”이란 대목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노무현 같은 의원이 왜 더 이상 국회에 없는 겁니까. ‘조중동 권력’은 그이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는데, 국회의원들의 전투력만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언론 개혁”을 내걸고 출마를 선언한 김의겸 전 대변인을 환영합니다.


국회에서 해결해줘야 할 ‘언론 적폐 과제’가 아직 많습니다. 최승호·노종면같은 해직 언론인들이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 끝이 되어선 안됩니다. 두가지만 예를 듭니다. 


‘부당한 종편채널 특혜’를 환수해야 합니다. 종편에는 공중파와 달리 광고 직접 영업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광고와 보도분리’라는 대원칙이 허물어진 상태입니다. 이걸 법으로 다시 금지시켜야 합니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여전히 여당 추천이 다수를 차지하는 형태입니다. 공영방송 내 적폐세력들을 발본색원해야 했기에 문재인 정권에서까지만 시민사회가 이것을 용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정권에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합니다. 법을 재정비 해야 합니다.


‘김의겸 국회의원’이 이런 모습만 보여준다면 국민으로서 왜 지지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김의겸 기자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밥을 몇 번 같이 먹은 것만으로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더불어, 저는 뜻하지 않게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러 한겨레를 나온 터라 그에게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그와는 어떤 소통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글의 의도를 오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국회의원 김의겸’ 역시 감시할 것입니다. 그것이 기자의 할 일입니다.

허재현 <리포액트> 대표 기자 repoa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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