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더탐사 ‘보도물 삭제” 결정 법원, 근거로 가짜뉴스 판명된 <TV조선> 보도 인용 논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허재현기자 댓글 0건 조회 4,541회 작성일 23-03-27 18:04본문
[사진설명] <더탐사> 영상 삭제를 결정한 재판부가 가짜뉴스로 판명된 <TV조선>의 보도를 판결문에 거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동훈·윤석열·김앤장 변호사가 회동한 의혹을 받는 술집'을 한 유명 가수가 운영하는 업소로 특정해 보도한 <시민언론 더탐사> 쪽에 법원이 해당 보도물을 삭제하라고 결정한 근거로, 이미 허위로 밝혀진 <TV조선> 보도 등을 판결문에 담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리포액트>가 확보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박범석 재판장)의 ‘가수 이미키씨가 <더탐사> 상대로 낸 게시물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 신청’ 24일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 사건 첼리스트가 청담동 술자리에 함께 참석했다고 진술한 ‘이세창의 휴대전화상 통화기록에서 2022년7월19일 늦은 밤 서울 영등포구와 서울 강서구에서 통화한 기록이 확인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며 “(더탐사의 술자리 장소 특정 보도는)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 없이 한 언론보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언급한 것은 <TV조선>이 지난해 11월10일 보도한 <[단독] '청담동 술자리' 동석자라던 이세창, 지목 당일 영등포에> 라는 제목의 보도내용으로 보인다. <TV조선>은 이당시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대행이 경찰에 제출한 휴대전화 위치기록을 토대로 “이 전 총재대행의 2022년 7월19일 밤 11시55분 마지막 통화 당시 휴대전화 위치기록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으로 확인됐고 7월20일 7시4분 최초통화 때 휴대전화 위치기록도 등촌동으로 확인됐다”며 이 전 총재대행의 “7월19일 밤 청담동은 커녕 강남 근처에도 간 적 없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경찰 수사결과 허위로 드러났다. 현재까지 언론에 밝혀진 경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이 전 총재대행은 2022년 7월19일 밤 서울 청담동 모처에서 벌어진 술자리에 참석했고 이 모임은 자정 전에 끝났다. 이후 이 전 총재 대행은 자리를 옮겨 청담동 인근에서 2차를 가진 뒤 7월20일 새벽3시쯤 모임을 파했다고 한다. 첼리스트가 정확히 어떤 모임에서 이 전 총재 대행 등과 자리를 함께 하고 누구를 추가로 목격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이 전 총재 대행이 2022년 7월19일 밤과 7월20일 새벽 사이 서울 청담동 또는 그 인근에 머물렀던 것은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첼리스트 쪽 변호사도 경찰의 이러한 수사결과는 인정하고 있다.
이때문에 이 전 총재 대행이 애초 경찰에 제출한 휴대폰이 본인 명의의 휴대폰이 아니거나 혹은 다른 사람에게 사전에 맡겨둔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해 수사를 기망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태이다. 또 이 전 총재 대행은 “7월19일 밤과 20일 새벽 사이 청담동에 가지도 않았다”고 언론에 거짓 인터뷰 한 것 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총재대행의 이러한 거짓말과 경찰에 제출된 휴대폰 위치 기록의 가짜 의혹과 별도로, 법원마저 이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한 채 이미 허위로 판명된 <TV조선> 보도만을 근거로 <더탐사> 보도의 삭제를 명한 것을 두고 비판 여론이 나올 수 밖에 없다. 박대용 <더탐사> 보도본부장은 26일 “이 전 총재대행이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경찰에 제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총재 대행의 비서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외에도 “청담동 술자리는 거짓말이고, 연인에게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보도를 판결문에 인용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 (<조선일보>가 보도한 첼리스트 경찰 진술은) 여러매체를 통해 보도되었다. 채무자(더탐사)는 첼리스트가 (남자 친구에게 털어놓은 통화내용)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을 만한 상황들이 확인되었음에도 (중략) 이 사건 술자리 장소를 청담동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수 언론이 보도하면 마치 진실인 것처럼 판단하는 오류를 판사가 범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른바 '다 거짓말이었다'는 첼리스트 경찰 진술 내용이 <조선일보> 보도 등을 통해 세간에 알려지긴 했지만, <더탐사>는 앞서 “(경찰 조사 때) 술자리에서 누구를 봤는지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답변했다”고 말한 첼리스트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경찰은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 내용에 대해 아직 어떤 언론사의 보도가 맞는지 밝힌 적 없지만, 재판부는 <조선일보>의 보도를 타 언론들이 많이 인용보도했다는 이유로 <조선일보> 보도만을 참고하고 만 것이다. <더탐사> 쪽은 이러한 이유로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청담동 술자리’ 관련 의혹에 대한 전반적인 판단이 아니라 논란의 술집이 가수 이미키씨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단정하 듯 보도한 것에 대한 판단일 뿐이어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 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키씨는 “(술집 특정) 영상을 삭제하지 않으면 <더탐사>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지 못하게 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이전글법학 교수들 “국회가 탄핵 권한을 포기하고 행정부 견제를 포기하면 유권자가 국회의원들을 심판해야” 23.04.05
- 다음글[칼럼] ‘더탐사 탄압’을 외면한 민변에 보내는 미 국무부 인권보고서의 시선 23.03.23